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이사를 하면서
전에 계셨던 선생님이 책상 유리 사이에
넣어 두셨던 글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도종환시인의 글인데요.
좋아서 보관하려고 넣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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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도종환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는
이 땅의 가장 순박한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나룻배 타고 강 건너며
강물 위에 반짝이는 아침 햇살 만지며 오는 아이
등교길에 들꽃 여러 송이 꺽어와 교탁에 꽃는 아이
논둑밭둑 땀으로 적시고 풀잎냄새 풍기며 일하는 아이
과일냄새 흙냄새가 단내로 몸에 배어 달려 오는
그런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파도를 가르며 이땅의 가장 궁벽진 섬으로 갑시다.
어젯밤 갱도에 아버지를 묻고 검은 눈물자국
아직 지워지지 않은 아이들 곁
지게마다 가득가득 빈곤을 지고 한평생을 땅을 파다
얼굴빛 흙빛이 된 아버지 둔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그들이 삼킨 눈물
그들이 귀에 못박히도록 들은 신음소리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이 되며는
거짓이 없는 학교로 갑시다.
아이들의 초롱한 눈 속이지 않는 학교로 갑시다.
올곧은 말씀 진실한 언어로 가득 찬 교과서 들고
교실문 들어설 수 있는 학교로 갑시다.
끝종소리 들으며 진리를 바르게 가르친 보람으로
가슴 뿌듯해 오는 그런 학교로 갑시다.
가서 티끝만한 거짓도 걷어내는 선생님이 됩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휴전선 철조망 바로 아래에 있는 학교까지 갑시다.
바람부는 중강진, 개마고원 그 곳까지 갑시다.
가서 우리가 새로이 하나되기 위해 몸 던지는 선생님이 됩시다.
어떻게 이 나라 이 민족 역사가 그릇되었으며
어떻게 진정으로 하나 되는 젊음이가 되어야 하는지 가르치다
청정하던 젊은 백발이 될 때까지 가르치다 스러져
그곳에 뼈를 묻는 선생님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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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군 2002/12/02
비록 지금 제가 서 있는 길과는 좀 떨어진 다른 길에서 온 울림일지는 모르겠지만, 읽고 있으려니 마음 속에 뭉클한 떨림이 옵니다. 힘이 됩니다. 저도 제 길에서 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는 꿈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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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한동대학교를 졸업하고 청소년쉼터에서 '선생님되기'를 시작한 형근형이
잡다한 기록 in Paper Board에 연재해 주신 글입니다.
2005.10.18 Board▷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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