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아이들과 함께 농사짓기_ 최문철, 꿈이자라는뜰 일꾼, 충남 홍성


안녕하세요, 보루입니다. 본명은 최문철이구요, 마을에서는 보통 털보, 보루라는 별명으로 불리웁니다. 수염이 많은 가족내력때문인데요, 자주 만나는 아이들은 저를 털보아저씨, 보루샘이라고도 부른답니다. 논밭 다해서 1500평 남짓되는 소농이고요, 경력도 짧아서 평생을 농사짓고 살아오신 어르신들을 만나면 부끄러워 명함도 못내밀 때가 많답니다. 지금 편지를 쓰면서도 그런데요, 부족함을 무릅쓰고 제가 농사짓고 사는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논밭에서 아이들과 만나 함께 농사짓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어린이집 아이들과의 만남은, 지난 3월에 <벼돌이의 논농사> 종이인형극으로 시작했어요. 5~7세 아이들에게 한 해 논농사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인데, 주인공 벼돌이의 조연으로 출연했었지요. 5월에는 써레질을 같이 하고 논뚝을 바를 예정이에요. 말이 써레질이지, 물댄 논에 들어가 한바탕 신나게 뛰어노는 일입니다. 6월에는 손모내기를 같이 하고, 10월에는 벼바심을 같이 할 예정이에요. 초중학교 아이들과는 6월에 손모내기를 하면서 만나요. 특히 중학교 아이들은 저희 논 모내기를 도맡아 하는데요, 네마지기 논에 100여명이 한 줄로 들어서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아이들과는 늦가을에 진로이야기 시간에 만나요. 창업(졸업)을 앞둔 풀무학교 3학년 친구들과 만나 이제껏 살아온 이야기와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매년 이 지역을 찾아오는 대안학교 친구들하고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농사를 함께 짓는 아이들 중에, 4년째 매주 계속 만나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바로 제가 일하는 꿈이자라는뜰 농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인데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역 초중고등학교 도움반 친구들이랍니다. 농사일은 눈, 귀, 코, 입, 살갗-오감으로 느끼고,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지요. 손, 발을 써서 때로는 힘 있게, 때로는 정교하게 온 몸을 움직여 도구와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게 어려울꺼라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 농사를 지으면서 장애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바라는 것이 몇가지 생겼어요. 해마다 함께 농사를 지어온 시간들이, 힘들고 어려움을 겪을 때 생각나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농사짓는 부모와 이웃을, 나고 자란 터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농부도 좋고, 목수도 좋고, 면서기도 좋고, 선생님도 좋고, 만화방도 좋고, 빵을 만들어도 좋고, 맥주를 팔아도 좋으니 저마다 이 곳에서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자신만의 몫을 찾아 이웃이 되어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_농촌경제연구원 소식지 <농경나눔터> 2014년 4월호, '농촌에서 온 편지'꼭지에 실린 글입니다.




+ Recent posts